테니스 역사상 가장 인상적인 세대 교체 중 하나는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와 슈테피 그라프의 시대 교차에서 일어났습니다. 이 두 레전드는 단순한 승부를 넘어, 각자의 플레이 스타일, 시대적 상징성, 그리고 기록으로 여자 테니스의 흐름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이 글에서는 나브라틸로바와 그라프의 스타일 차이, 세대교체의 역사적 의미, 그리고 기록 비교를 통해 두 선수의 시대 대결을 심층 분석합니다.
1. 스타일 비교 – 네트마스터 vs 베이스라인 지배자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는 서브 앤 발리 스타일의 교과서 같은 선수였습니다. 빠른 네트 접근, 정교한 발리, 강력한 슬라이스 서브를 기반으로 상대를 끊임없이 압박했습니다. 그녀는 체력과 민첩성을 바탕으로 포인트를 짧게 가져가면서 리듬을 주도했고, 특히 잔디코트에서 최강의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윔블던 단식 9회 우승은 그녀의 스타일이 가장 빛났던 무대를 상징합니다.
반면 슈테피 그라프는 베이스라인에서 빠른 포핸드를 주무기로 경기를 지배했습니다. 그녀의 포핸드는 직선적이면서도 파괴력이 강했고, 백핸드 슬라이스를 통해 상대의 리듬을 무너뜨리는 능력이 뛰어났습니다. 그라프는 상대가 느낄 틈을 주지 않고 연속적인 공격을 퍼부으며 경기를 통제했으며, 특히 하드코트와 잔디에서 속공 테니스로 독보적인 실력을 발휘했습니다.
나브라틸로바의 전술이 전통적인 공격형 네트 플레이를 대표했다면, 그라프는 현대적 베이스라인 파워테니스의 선구자였습니다. 두 사람의 스타일은 단순한 기술 차이를 넘어서, 시대 흐름에 따른 테니스 트렌드 변화를 보여주었습니다.
2. 세대교체 – 새로운 시대의 개막
1980년대 후반, 나브라틸로바는 여전히 세계 정상급 선수였지만, 슈테피 그라프의 등장은 여자 테니스의 세대교체를 예고했습니다. 1987년부터 본격적으로 그라프는 WTA 투어를 지배하기 시작했으며, 1988년에는 단일 시즌 4대 그랜드슬램과 올림픽 금메달을 석권하는 골든 슬램을 달성했습니다.
그라프의 등장은 단순한 신예 스타의 부상이 아니라, 여자 테니스 패러다임의 전환이었습니다. 나브라틸로바 시대에는 네트 플레이가 기본이었다면, 그라프 이후에는 베이스라인 중심의 공격적 스트로크 전술이 대세가 되었습니다.
특히 두 선수는 1987년과 1988년 윔블던, US오픈 등에서 여러 차례 맞붙었는데, 초기에는 나브라틸로바가 우위를 점했지만 점차 그라프가 경기를 장악하기 시작했습니다. 1988년 윔블던 결승에서는 나브라틸로바가 승리했지만, 이후 그라프는 계속해서 그랜드슬램 우승을 쌓으며 시대를 열어갔습니다.
세대교체는 항상 자연스러운 과정이지만, 나브라틸로바와 그라프의 교차는 단순한 승부를 넘어 테니스 기술, 피지컬, 전략적 사고의 변화를 압축해 보여주는 상징적인 순간이었습니다.
3. 기록 비교 – 통산 우승과 시대별 지배력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는 통산 18회의 그랜드슬램 단식 타이틀을 획득했습니다. 특히 윔블던 단식 9회 우승, 복식 31회 우승, 혼합복식 10회 우승 등, 복합적인 커리어로 총 59개의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보유한 유일한 선수입니다. 이는 역사상 가장 다양한 종목에서 우승한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
슈테피 그라프는 총 22회의 그랜드슬램 단식 타이틀을 기록했습니다. 그녀는 377주 동안 세계 랭킹 1위를 유지하는 역대 최장 기록을 세웠으며, 특히 1987~1999년까지 전성기를 이어가며 테니스계를 지배했습니다. 골든 슬램을 달성한 유일한 선수이기도 하며, 다양한 코트 종류에서 고른 실적을 거둔 것도 특징입니다.
단식 그랜드슬램 우승 수와 세계 랭킹 지배력 면에서는 그라프가 우위를 점했지만, 복식과 혼합복식까지 포함한 '종합적 커리어'에서는 나브라틸로바가 독보적입니다. 즉, 나브라틸로바는 멀티 종목 완성형 선수였고, 그라프는 단식 절대 강자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나브라틸로바와 그라프의 시대 대결은 단순한 두 스타의 경쟁을 넘어, 여자 테니스가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였습니다. 나브라틸로바는 전통적인 네트 플레이와 다양성의 가치를 대표했고, 그라프는 파워와 속도를 중심으로 한 현대 테니스의 흐름을 주도했습니다. 2025년 현재까지도 이들의 커리어와 경기는 테니스 교본처럼 인용되며, 선수와 팬 모두에게 끊임없는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진정한 레전드란 시대를 초월하는 존재임을, 나브라틸로바와 그라프는 완벽하게 증명했습니다.